
빛바랜 극장에서 빛나는 극장으로 [Feat. 자크 데리다의 차연]
빛의 시어터 in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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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미장 군 워커힐의 이름 따 지어진 워커힐 호텔. 1963년 이곳에 워커힐 시어터가 개관한다. 당시에 국제적 행사는 이곳에서 다 행해질 정도로 국내외적으로 문화 행사의 시작을 이끌었던 공간이다. 1963년 전설적인 재즈아티스트 ‘루이 암스트롱’의 내한 공연이 열린 곳이라고 말하면 이 공간이 주도했던 문화적 파워는 얼마나 대단한지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그렇게 한국 문화 공간의 시초격인 이 시어터는 1995년 노후화로 인한 리모델링을 거치고 2008년의 리노베이션을 한 번 더 거친다. 그때까지 총 누적 관객 수 8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문화를 즐겼다. 그렇게 2010년대 후반에 점점 이곳의 공간은 빛이 바래갔다.
2020년 티모넷이라는 회사가 이곳을 현대에 맞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뛰어든다. 오늘의 공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간이다. 오래전 프랑스의 ‘레 보 등 프로방스 [Les Baux-de-Provence]’의 마을에 위치한 채석장이 같은 전시로 유명한 곳이다. 1920년까지 건축물을 짓기 위한 채석장으로 운영되던 자연공간이다. 그리고 1935년까지 방치됐던 이곳은 그 해로 폐쇄를 한다. 이후 1959년 오르페의 유언이라는 영화[장 콕트 감독]에서 이 공간이 다시금 명성을 얻는다. 그리고 다시 남루해 가던 이 채석장은 컬쳐 스페이스라는 회사의 도움으로 다시 관광지로서 명성을 얻는다. 그리고 빛바랜 채석장은 16m가 넘는 돌벽에 가득 빛을 머금고 아름다운 음악들과 함께 현실에서 떠난 듯한 기이한 장관을 제공한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파괴됐지만 어쩌면 인간의 손에 의해 조각된 인조 동굴은 다시 빛을 뿜게 된 것이다.
그 전시는 미토넷이라는 회사가 한국에 들여온다. 버려진 제주도 벙커에서 그 전시를 개최했다. 프랑스 프로방스의 채석장과 비슷한 맥락 그리고 올해 서울에 빛바랜 공간은 다시 이 전시와 함께 빛을 뿜어내고 있다. 그곳이 바로 오늘의 공간이다. 워커힐 호텔의 오래된 대극장.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의 문화 공간으로 큰 역할을 해오던 이 공간의 규모는 엄청나다. 그리고 이곳의 원형을 가능한 한 살려내려고 노력했다는 설계자의 인터뷰가 아주 인상 깊다. 계속해서 이 전시는 과거에 잔상을 공간으로 남겨두려 한다. 그 오래된 감상이 다시 빛을 받는 방법은 아름다운 미술 작품들이 공간을 채우면서 가능해진다. 거대한 극장의 구조는 여전하다. 사람이 인지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규모. 동시에 관객석이 있던 부분에는 작지만, 여전히 그 기능을 그대로 이어받아 관람석이 있다. 추가된 건은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빛의 다리이다. 쉽게 인지도 되지 않는 어두운 공간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영상으로 공간을 꽉 채우는 순간 관람자는 작품을 즐기는 경험자임과 동시에 작품의 일부가 된다.
오스트리아 빈의 빈 분리파를 이끌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들이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우며 살아 움직인다. 함께 들리는 음악은 이 움직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믿기지 않는 환상. 화려한 색채와 기하학적인 도형들의 반복은 눈과 귀뿐만 아니라 어쩐지 온몸으로 전율을 전해온다. 에곤 쉴레의 그림도 등장한다. 괴이한 드로잉과 움직임 거대한 공간과 음악 또 다른 스펙터클이다. 클림트와 쉴레의 그림뿐 아니라 가장 추상적인 것을 그리며 파랑을 이야기했던 ‘이브 클랭’의 인피니티 블루 전시도 이어서 상영된다. 아무도 공간에 가만히 앉아서 그림을 감상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그림을 온전하게 느끼기 위해 뛰고 더듬고 움직이며 역동에 역동을 쌓아가며 빛을 즐긴다.
몽환과 환상의 끝을 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빛바랜 공간의 화려한 부활이지 않을까? 더군다나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샹들리에와 무대 장치를 무대 위로 올리기 위해 있던 리프트 부 까지, 남겨져 과거의 장면들이 그 환상과 함께 겹치기도 한다. 오래전 배우들이 오르기 전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준비하던 그린 룸도 잘 남아있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주장한 ‘차연[difference]의 개념이 이곳에서 온전히 현현한다.
공간은 과거 잔상을 품고 현재의 이야기를 덮어씌우며 다중 복합적인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전시는 현실에 환상을 덮어씌우며 몽환과 빛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로 승화한다.
환상에 빠져 즐기다 돌아 나온 극장의 뒤편에는 ‘빛의 라운지’라는 카페가 함께 한다. 전시지만 어쩐지 테마파크에서 즐기고 나온 거 같은 체력의 소모는 이곳 카페에서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즐기며 한강뷰를 우아하게 즐기는 것으로 회복한다. 잘 짜인 경험의 연속. 더할 나위 없다.
아주 신나게 잘 즐기고 나왔다는 사실을 끝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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