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으로 향하는 기차역
공유오피스 '집무실' 왕십리점

직장과 집이 가까운 경우를 직주근접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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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몇 학년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건축 환경론과 주거론이란 과목을 통해 배운 개념으로 당시에 나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으니 와닿지는 않았다. 단순히 ‘직주분리, 직주근접, 직주일체’ 중 사람이 살기 가장 좋은 것이 ‘직주근접’이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경험으로 이해할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것인지 그해 방학에 인턴을 하게 되었다. 꽤 먼 거리의 출퇴근이었다. 출퇴근 시간만 총 4시간 30분에 달했다. 그쯤 되니 회사를 방학 없이 매일 나와야 한다면 그래도 가까운 게 좋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인턴을 6곳이나 하게 되며, 집을 회사 근처로 계속해서 옮겨 다녔었다. 가급적이면 출근 시간이 35분이 넘어가지 않는 것은 원칙으로 학생의 입장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곳에 집을 구해야 했다. 매해 집을 옮길 때마다 쉽지 않았다. 인턴이라는 특성상 오랜 기간 머물 수 없으니 집은 더욱 구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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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이제 ‘직주근접’이라는 것이 얼마나 삶에 효율적 그리고 효용적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몸소 알게 되었다. 내가 경험한 ‘직주분리’는 서울의 집값이 비싸져 비교적 싼 집값을 형성하는 경기도 지역에 집을 얻고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모든 직장인의 경험을 대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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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마지막 졸업반 5학년 뜻하지 않게 나는 ‘직주일체’를 경험한 적도 있다. 코로나 상황으로 학교를 전면 폐쇄해버렸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숙식만 해결하려 간소하고 좁은 방을 택했던 터라 친구 녀석과 같은 공간에서 잠과 학업 그리고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하려 하니 무척이나 어려웠다. 잘 때마다 접어 둔 침대를 펴야 했으며, 일어나면 작업을 하기 위해 침대를 접고 의자를 꺼내와야 했다. 작은 집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집이 넓더라도 직주일체는 그리 좋은 것이 아니다. 점점 더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져 매 순간이 긴장된 상태에 놓인다는 것을 알았다. 일에 진심인 한국인의 특성상 그리고 경쟁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는 특히나 일하는 공간에서 쉼을 느끼긴 더욱더 힘들었다. 결국은 정신적 갈증과 공황에 가까운 답답함이 찾아왔고,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쉬러가서도 계속되는 긴장감속에 살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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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직주일체를 매 순간 경험하게 되는 주변 ‘유튜버크리에이터들’을 볼 때마다 나는 그 정신적 고통을 이해해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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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집과 가까운 나만의 사무실을 찾는다는 것은 혹은 사무실과 가까운 내 집을 찾기 모두 쉽지가 않다. 특히나 요즘같이 n 잡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펼치는 크리에이터가 많아지는 요즘 오피스 공간에 대한 다양성과 고급화를 많은 이들이 찾아다니고 있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노마드는 더욱 활성화되었으며, 인디펜던트 워커도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한국에는 다양한 공유오피스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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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도시적 맥락에서 대다수의 공유오피스는 오피스 상권에 위치한다. 종로, 강남, 압구정, 청담 등. 기 오피스가 밀집한 곳에 자리를 틀고 있다. 오늘의 브랜드는 집과 가까운 오피스라는 개념으로 공간을 꾸려가고 있다. 집과 가까운 왕십리점이 오픈해 퇴근 이후의 업무를 주로 이곳에서 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 공간이 주는 안락함과 상상력 가득한 경험은 업무의 고단함을 조금 덜어준다.

공간은 철도 하역장이었다. 그 버려진 공간을 다시 살리며, 이번에는 기차역의 감상을 더 한다. 일과하는 여행이다. 일하는 시간에 가장 많이 드는 생각 아니던가? 컨셉의 시작부터 신이 난다. 공간은 입구서부터 기차역 매표소를 연상하는 라운지가 형성되어있다. 오래된 해외의 기차역, 표를 끊고 앉아서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장면이 떠오른다. 왼쪽의 기차 안에서 찍은 영상이 틀어진 것이 왠지 모를 여행의 설렘이 느껴진다. 영상 밑에는 잘 기차의 좋은 좌석인 건지 아주 아늑하고 안락한 포켓 모듈형 작업실이 보인다. 전면 로비에서부터 보이는 다양한 유형의 업무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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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보나 공유 오피스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시각적으로 한 번에 들어온다. 폰 부스, 오픈 라운지, 테라스 테이블, 큐브 스페이스, 해리포터 영화에서 보던 미닫이문이 달린 기차 객실 같은 미팅룸 그리고 탕비실과 프린터기까지. 필요한 것들은 전부 있다. 그리고 높은 천장이 주는 해방감은 업무의 고단함과 답답함을 달래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층의 바 테이블에 앉아서 작업을 할 때에는 멍을 때리고 영상을 보며 여행을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하니 여러모로 재미난 경험을 담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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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집 덕에 경험하는 경쾌한 퇴근길’ 상상만 해도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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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집으로 향하는 기차역 집무실 왕십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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