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를 삼킨 미로
울산 서생 그릿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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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는 보물이 있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것이 아니다. 보물을 찾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즐겁다. 이 성은 미로를 만들어 보물을 꽁꽁 숨겨둔 공간이다. 길을 찾아 공간 곳곳을 탐험하며 힌트를 발견하고 함정을 피해가며 보물을 찾아가는 즐거움. 보물을 찾는 이야기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공간도 마찬가지로 보물 같은 장면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는 방법이 있다.
울산 시원한 바닷가의 작은 마을. 거대한 암초 덩어리가 보인다. 언덕을 오르면 유독 거대해 보인다. 비단 바다 앞이라 창하나 없는 건물의 첫인상은 앞의 시원한 전경을 기대하게 한다. 왼편 작은 통로를 지나며 공간은 슬슬 바다를 가리기 시작한다. 매력적인 바다를 슬며시 보여주고는 어서 보러 오라는 호객행위처럼 아찔한 밀고 당기기의 시작이다. 입구에는 바다 대신 하늘부터 보인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의 입구는 던전의 입구처럼 괜스레 긴장이 되기도 한다. 들어선 공간, 스테이션은 북적인다. 밖으로 바다가 비스듬히 보인다. 정원에는 역시나 테이블이 깔려있다. 그러나 바라던 바다의 모습은 아니다. 삐뚠 마음으로 대략 바다는 보인다는 듯이 퉁명스러운 장면. 어서 원하는 시원한 바다를 찾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주문을 하고 이 공간을 탐험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공간은 형태를 쉽게 알 수 없게 익숙하지 않은 형태이다. 삼각형으로 층층이 쌓인 볼륨이다. 엇갈려서 쌓여 올라가는 삼각형은 테이블과 작은 포인트들로 유추할 수 있다.
첫 번째 힌트임을 직감한다. 이 공간은 삼각형으로 되어 있으며 외면의 계단을 통해 삼각형 공간들끼리 연결된다.
모서리에서 시작하는 계단을 타고 한 단계 올라간다. 묵직한 콘크리트가 계속해서 위협하지만 열린 하늘길을 따라 아랑곳하지 않고 올라간다. 돌아 올라선 공간은 갈림길이다. 한쪽은 이 정도면 훌륭한 장면이지라며, 유혹하는 적당히 편하고 아늑해 보이는 공간. 그러나 보물을 사냥하러 온 우리는 그 유혹을 뿌리치고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옥외 공간으로 향한다.
두 번째는 힌트 대신 함정이다. 겨울날 나가고 싶지 않은 심리를 이용해 머무름을 유발한다. 그러나 그 함정도 탐험가 정신을 곧게 세워 헤쳐 나간다.
옥외 공간의 수상한 계단을 조금 오르니 신전의 끝방이 온 것처럼 삼각형을 따라 오르는 아름다운 계단이 나온다. 딱 보아도 더 수상 적혀 보이는 철문을 뒤로하고 공간이 끝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정상의 바다를 향해 돌아 오른다.
세 번째 함정에서 우리는 깜박 속고 말았다. 높이서 내려다본 바다. 들리는 파도 소리에 보물이라며 만끽하였다. 그러나 ‘밑에 공간은 스텝룸인가?’ 하고 의심을 하는 순간 당했다는 걸 알았다.
밖에서 느꼈던 공간의 규모에 맞지 않게 스텝룸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다급히 내려온다. 냉담한 철문은 그제야 열리고 미로의 끝에서 우리는 보물을 발견했다.
환하게 공간 전체로 시원하게 열린 아름다운 바다의 공간이다. 마치 연극의 주인공처럼 무대 위에 올라 화려하게 빛난다. 보물이다. 이 공간은 공간 안의 힌트와 시련을 통해 어렵사리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마주한 보물은 숨이 턱하고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마치 공간은 바다를 삼켜 숨기고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던전에서 보물을 지키고 있는 판타지 소설 속 드래곤처럼 까탈스럽다. 그러나 그 미로가 있기에 바다가 보물처럼 빛날 수 있다. 분명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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