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백함

자연을 일상에 담은 집

PROCESS

Architecture, Consulting, Design of Interior

CLIENT

Private

LOCATION

Yecheon, Gyeongsangbuk-do

PROGRAM

Private Detached House

CONCEPT STORY

노인을 위한 공간은 없다.
-
‘나는 필요 없어 괜찮아.’ 우리 부모님들의 단골 대사이다. 그들은 정말 괜찮은 걸까? 도시에서 모든 공간은 가능한 다양한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약자를 기준으로 꾸려진다. 그러나 그렇게 완성된 공간들은 그를 이용하는 다수들에 의해 다시 정리된다. 아파트 단지의 길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담을 치고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통학버스의 지정 자리를 정하는 등의 배려와 합의는 있지만, 노인이 사고 없이 여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합의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친절하길 바랐던 공간은 무색하게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들이 잘 못살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공간이 친절해서 잘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지혜롭기 때문에 현명하게 살고있는 거다.
-
그러니까 다시 말해 ‘정말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들도 당신의 취향이 담긴, 배려가 담긴 공간이 있다면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다.
-
“아이고 늙으면 죽어야지”, 나의 할머님 입버릇이다. “할머니! 그런 말 하지 말아요, 할머니 20년은 더 사셔야. 제 자식도 보고하시죠.” 할머님이 속상하실 때 저런 말을 내뱉곤 하신다. 그리고 나는 저 말에 항상 저렇게 말한다. 참 억울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 자라온 나는 할머님의 그 말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나 때문에 나의 아이들이 조금 더 노력하는 삶을 살 게 될까, 우리에겐 별것도 아닌 노파심에 자신의 취향을 곧이곧대로 말하지 못하는 당신들의 마음을 나는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그런 나의 당신도 취향이 있으셨다. 나의 당신은 꽃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셨다. 어린 시절 한옥이었던 할머니 댁은 중앙정원에 한가득 식물이 들어선 집이었다. 그 많은 식물의 개화 시가 와 물주는 주기를 달달 외우시고는 천천히 하나씩 나에게 알려 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몇 해 지나지 않아 그 한옥에서 쫓겨나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그 공간은 평범한 빌라였다. 그러나 역시나 이 발코니는 식물들을 가득 들여 두기에는 좁은 곳이었다. 당시 할머님이 ‘자기는 괜찮다’며 버렸던 식물들의 행방을 한동안 알 수 없었지만, 몇 해가 지나 할머니는 뒷산에 당신의 취향을 숨겨둔 것을 알았다.
-
‘자식들이 미안해 할까, 자기의 취향을 산으로 숨긴 것이다.’
-
부모님들은 당신들의 소중한 것을 산에 숨겨 두려 한다. 그게 보이지 않아 편한 것도 있으리라. 마음이 편한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에게도 취향은 있다.
-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땅 앞에 있는 오래된 소나무를 살려야 한다. 주방을 많이 쓰시니 안방과 거실이 함께 해야 하고 주방 크기가 커야 한다는 등.’ 부모님의 취향과 생활패턴을 속속히 다 알 정도로 효심이 깊은 의뢰인의 이야기. 그 이야기에 우리는 동의하기로 했다.
-
‘언제나 당신들의 취향은 있다.’
-
그래서 이 단독주택은 그들의 취향을 담는 상자가 되어야 한다. 자식들 보다 당신들의 취향을 꼭꼭 눌러 담아 놓고 언제고 열어보는 자개 보석함처럼 그 외관이 수려하고 담백하며 내부의 취향 보석들을 알알이 담길 수 있는 곳. 첫 번째 소나무를 두 번째 주방의 영역을 그리고 그 공간들이 한 번에 유기적인 연결이 될 수 있도록 수평적으로 공간의 경험을 직조하기로 했다.
-
나는 이제 그들이 당신의 취향을 숨기지 말고 담고 살았으면 한다.
-
하이얀 상장안에 당신들의 취향이 가득 담겨가길. 

취향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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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cheon, Gyeongsangbuk-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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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공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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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요 없어 괜찮아.’ 우리 부모님들의 단골 대사이다. 그들은 정말 괜찮은 걸까? 도시에서 모든 공간은 가능한 다양한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약자를 기준으로 꾸려진다. 그러나 그렇게 완성된 공간들은 그를 이용하는 다수들에 의해 다시 정리된다. 아파트 단지의 길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담을 치고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통학버스의 지정 자리를 정하는 등의 배려와 합의는 있지만, 노인이 사고 없이 여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합의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친절하길 바랐던 공간은 무색하게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들이 잘 못살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공간이 친절해서 잘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지혜롭기 때문에 현명하게 살고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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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다시 말해 ‘정말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들도 당신의 취향이 담긴, 배려가 담긴 공간이 있다면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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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늙으면 죽어야지”, 나의 할머님 입버릇이다. “할머니! 그런 말 하지 말아요, 할머니 20년은 더 사셔야. 제 자식도 보고하시죠.” 할머님이 속상하실 때 저런 말을 내뱉곤 하신다. 그리고 나는 저 말에 항상 저렇게 말한다. 참 억울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 자라온 나는 할머님의 그 말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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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나 때문에 나의 아이들이 조금 더 노력하는 삶을 살 게 될까, 우리에겐 별것도 아닌 노파심에 자신의 취향을 곧이곧대로 말하지 못하는 당신들의 마음을 나는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그런 나의 당신도 취향이 있으셨다. 나의 당신은 꽃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셨다. 어린 시절 한옥이었던 할머니 댁은 중앙정원에 한가득 식물이 들어선 집이었다. 그 많은 식물의 개화 시가 와 물주는 주기를 달달 외우시고는 천천히 하나씩 나에게 알려 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몇 해 지나지 않아 그 한옥에서 쫓겨나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그 공간은 평범한 빌라였다. 그러나 역시나 이 발코니는 식물들을 가득 들여 두기에는 좁은 곳이었다. 당시 할머님이 ‘자기는 괜찮다’며 버렸던 식물들의 행방을 한동안 알 수 없었지만, 몇 해가 지나 할머니는 뒷산에 당신의 취향을 숨겨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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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미안해 할까, 자기의 취향을 산으로 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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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은 당신들의 소중한 것을 산에 숨겨 두려 한다. 그게 보이지 않아 편한 것도 있으리라. 마음이 편한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에게도 취향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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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땅 앞에 있는 오래된 소나무를 살려야 한다. 주방을 많이 쓰시니 안방과 거실이 함께 해야 하고 주방 크기가 커야 한다는 등.’ 부모님의 취향과 생활패턴을 속속히 다 알 정도로 효심이 깊은 의뢰인의 이야기. 그 이야기에 우리는 동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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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당신들의 취향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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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단독주택은 그들의 취향을 담는 상자가 되어야 한다. 자식들 보다 당신들의 취향을 꼭꼭 눌러 담아 놓고 언제고 열어보는 자개 보석함처럼 그 외관이 수려하고 담백하며 내부의 취향 보석들을 알알이 담길 수 있는 곳. 첫 번째 소나무를 두 번째 주방의 영역을 그리고 그 공간들이 한 번에 유기적인 연결이 될 수 있도록 수평적으로 공간의 경험을 직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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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그들이 당신의 취향을 숨기지 말고 담고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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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얀 상장안에 당신들의 취향이 가득 담겨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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