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어린이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이다. ‘내가 한 작업이 아닌데,,,,,”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을 설계한 사람이 들었으면 얼마나 뿌듯했을지 대리 만족이 올 정도로 기쁜 말이었다. 아이의 생각은 순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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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9~24세의 청소년만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그런 만큼 나는 이곳에 방문 목적을 말하고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빨리 둘러보고 가겠다 약속하고선 방문증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 눈에는 내가 이곳을 관리하는 ‘선생님’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3층을 방문했을 때 방문증을 목에 건 나를 발견한 어린이 3명이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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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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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나를 선생님으로 오해한 것을 알았기에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받아주고는 “아저씨는 이곳의 공간을 공부하러 왔어요. 선생님이 아니고 건축가예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이 건축가라는 단어가 자극적으로 들렸을까? 이윽고 돌아온 대답은 참 흥미로웠다. “흐엑~ 그럼, 건물주예요?”. ‘요즘 아이들은 벌써 건물주를 알고 있구나’ 하며 씁쓸한 마음이 드는 찰나 청소년이 아닌 어른으로서 나지막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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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호기심 많은 소년, 소녀들은 나에게 질문을 했다. 몇 가지 질문이 오가던 중에 나는 문득 궁금증이 생겨 물어봤다. “여기 오면 뭐 하고 놀아요?”. “보드게임도 하고 아이패드도 쓰고 그냥 친구들이랑 놀아요.”라며 시원하게 대답해주는 아이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이곳을 잘 쓰고 있어요? 이곳이 생겨서 즐거워졌나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첫 번째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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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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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부끄러움과 부러움이 동시에 들었다. “아 여긴 제가 한곳이 아니에요. 그래도 고마워요…”라며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내가 작업한 공간이 아니지만 아이들이 잘 쓰고 있다며 인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 감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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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감사 표현이 이 공간의 가치를 모두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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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남양주 진접에 위치한 청소년을 위한 놀이터이다. 처음 듣는 개념의 공간이다. 공공 기관의 건물 중 청소년 복지 센터는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상 설계 공모 지침서를 살펴보면 빡빡하게 규정된 실들이 오래된 학교처럼 빼곡히 들어선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기존에 있던 청소년 시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청소년 지원 센터라는 개념보다는 정말 ‘청소년 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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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놀이터는 아주 익히 들었지만, 청소년 놀이터는 처음 들었다. 특히 영유아일 때보다는 놀음에 있어 비교적 선택권이 다양해지는 청소년들에게 놀이터가 필요할 거라곤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며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청소년들도 놀이터가 필요했다. 정말 놀이기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서적들을 만나고, 미니 당구 게임을 해보고, 공연도 보고, 아이패드로 뭐든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 원한다면 그냥 자도 괜찮고, 원한다면 공부를 할 수도 있는 곳. 아이들이 즐거움을 찾는 이유는 무척이나 다양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친구들과 함께할 근사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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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둘러보는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수히 많은 시간 생각해 오던 것. 강연 자리에서도 연설 자리에서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전했던 이야기 “우리는 유년 시절 정말 좋은 공간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 억울함과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이야기하며, 내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간 요구 수준의 상향 평준화’를 꿈꾸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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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의 아이들은 ‘펀그라운드진접’ 이라는 공간을 통해 이미 청소년 시절부터 수준 높은 공간을 무료로 즐기고 있다. 소년, 소녀들도 은연중에 그것을 알았던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마음에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전자의 경우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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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 아이들은 사회인이 되거든, 자신이 삶을 꾸릴 공간은 이곳이 기준이 되어 그 이상의 공간을 바랄 것이다. 결국 내가 9~10년간 인스타를 하며 꿈꾸던일의 또 다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 박수를 계속해서 쳤다. 그리고 부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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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주 아름다운 공간이라 말하고 싶다.
각설하고 조금 짧게 건축적인 표현법에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곳의 특징은 1층에서부터 3층까지 계속해서 원통이 천장을 관통한다. 그리고 3층에서는 원통이 포켓 공간을 형성하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수반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을 만든다. 1층, 2층, 3층 모두 되도록, 실 기능의 경계를 벽이라는 요소를 막는 것이 아니라 바닥 재료의 변화와 같이 비교적 잘 읽히지 않는 방법을 통해 경계를 흐리고 있다. 이처럼 이 공간은 전체적으로 경계를 흐리고 있다. 1층~3층을 관통하는 원통도 층간의 경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공간의 한 덩어리로 읽히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공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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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처음 만난 아이들이 한순간에 경계를 허물고 친구가 되는 것처럼 이 공간은 청소년들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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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이런 공간이 더욱 많이 생겨나길 바라며 공간을 소개한다. 이곳은 남양주의 #펀그라운드진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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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9~24세의 청소년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잘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어린이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이다. ‘내가 한 작업이 아닌데,,,,,”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을 설계한 사람이 들었으면 얼마나 뿌듯했을지 대리 만족이 올 정도로 기쁜 말이었다. 아이의 생각은 순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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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9~24세의 청소년만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그런 만큼 나는 이곳에 방문 목적을 말하고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빨리 둘러보고 가겠다 약속하고선 방문증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 눈에는 내가 이곳을 관리하는 ‘선생님’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3층을 방문했을 때 방문증을 목에 건 나를 발견한 어린이 3명이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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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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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나를 선생님으로 오해한 것을 알았기에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받아주고는 “아저씨는 이곳의 공간을 공부하러 왔어요. 선생님이 아니고 건축가예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이 건축가라는 단어가 자극적으로 들렸을까? 이윽고 돌아온 대답은 참 흥미로웠다. “흐엑~ 그럼, 건물주예요?”. ‘요즘 아이들은 벌써 건물주를 알고 있구나’ 하며 씁쓸한 마음이 드는 찰나 청소년이 아닌 어른으로서 나지막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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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호기심 많은 소년, 소녀들은 나에게 질문을 했다. 몇 가지 질문이 오가던 중에 나는 문득 궁금증이 생겨 물어봤다. “여기 오면 뭐 하고 놀아요?”. “보드게임도 하고 아이패드도 쓰고 그냥 친구들이랑 놀아요.”라며 시원하게 대답해주는 아이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이곳을 잘 쓰고 있어요? 이곳이 생겨서 즐거워졌나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첫 번째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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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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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부끄러움과 부러움이 동시에 들었다. “아 여긴 제가 한곳이 아니에요. 그래도 고마워요…”라며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내가 작업한 공간이 아니지만 아이들이 잘 쓰고 있다며 인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 감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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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감사 표현이 이 공간의 가치를 모두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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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남양주 진접에 위치한 청소년을 위한 놀이터이다. 처음 듣는 개념의 공간이다. 공공 기관의 건물 중 청소년 복지 센터는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상 설계 공모 지침서를 살펴보면 빡빡하게 규정된 실들이 오래된 학교처럼 빼곡히 들어선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기존에 있던 청소년 시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청소년 지원 센터라는 개념보다는 정말 ‘청소년 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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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놀이터는 아주 익히 들었지만, 청소년 놀이터는 처음 들었다. 특히 영유아일 때보다는 놀음에 있어 비교적 선택권이 다양해지는 청소년들에게 놀이터가 필요할 거라곤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며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청소년들도 놀이터가 필요했다. 정말 놀이기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서적들을 만나고, 미니 당구 게임을 해보고, 공연도 보고, 아이패드로 뭐든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 원한다면 그냥 자도 괜찮고, 원한다면 공부를 할 수도 있는 곳. 아이들이 즐거움을 찾는 이유는 무척이나 다양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친구들과 함께할 근사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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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둘러보는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수히 많은 시간 생각해 오던 것. 강연 자리에서도 연설 자리에서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전했던 이야기 “우리는 유년 시절 정말 좋은 공간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 억울함과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이야기하며, 내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간 요구 수준의 상향 평준화’를 꿈꾸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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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의 아이들은 ‘펀그라운드진접’ 이라는 공간을 통해 이미 청소년 시절부터 수준 높은 공간을 무료로 즐기고 있다. 소년, 소녀들도 은연중에 그것을 알았던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마음에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전자의 경우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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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 아이들은 사회인이 되거든, 자신이 삶을 꾸릴 공간은 이곳이 기준이 되어 그 이상의 공간을 바랄 것이다. 결국 내가 9~10년간 인스타를 하며 꿈꾸던일의 또 다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 박수를 계속해서 쳤다. 그리고 부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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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주 아름다운 공간이라 말하고 싶다.
각설하고 조금 짧게 건축적인 표현법에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곳의 특징은 1층에서부터 3층까지 계속해서 원통이 천장을 관통한다. 그리고 3층에서는 원통이 포켓 공간을 형성하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수반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을 만든다. 1층, 2층, 3층 모두 되도록, 실 기능의 경계를 벽이라는 요소를 막는 것이 아니라 바닥 재료의 변화와 같이 비교적 잘 읽히지 않는 방법을 통해 경계를 흐리고 있다. 이처럼 이 공간은 전체적으로 경계를 흐리고 있다. 1층~3층을 관통하는 원통도 층간의 경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공간의 한 덩어리로 읽히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공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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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처음 만난 아이들이 한순간에 경계를 허물고 친구가 되는 것처럼 이 공간은 청소년들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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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이런 공간이 더욱 많이 생겨나길 바라며 공간을 소개한다. 이곳은 남양주의 #펀그라운드진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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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9~24세의 청소년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