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시간에 따라 얼굴을 바꾼다. 짧게는 하루 사이 햇빛의 방향에 따라 또 날씨에 따라 길게는 계절에 따라 그 모습을 다양하게 바꾼다. 바뀌는 영역도 그러하다. 작게는 작은 건물 하나부터 크게는 전국에 걸쳐 공간은 얼굴을 바꾼다. 그 대대적으로 얼굴을 바꾸고 아름다움을 뽐내는 시즌 중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면 봄과 가을이다. 여름과 겨울보다 비교적 짧기 때문에 그 시간을 즐기기 위해 공간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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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만천하에 보이는 이 벚꽃은 길에서 즐기기도 좋지만, 특정 장소에 가서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가장 아름다운 벚꽃을 보겠다는 사람의 욕심이기도 그리고 함께하는 이와 인상적인 시간을 남기겠다는 노력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택시 안에서 들렸던 라디오에 벚꽃을 구경하러 간 남녀 커플의 썰이 들려왔다. ‘만천하에 벚꽃이 널렸는데, 왜 꼭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 와서 보는 거야?!’ 정말 요즘은 보기 드문 남자의 대사였다. 이런 이야기가 라디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거 보니 벚꽃을 많이 즐기는 때인 것을 청각으로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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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 오늘의 공간은 그 짧은 공간의 모습을 담기 위해 묵묵히 그 장면을 보물처럼 숨기고 있는 곳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사람 키와 비슷한 높이 담벼락 머리 위로 벚꽃이 조금 조금씩 보인다. 그러니 그것을 온전히 보러 갈 순간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입구에서부터는 더 그 꽃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검은색 건물. 퉁명스럽고 혹은 묵직하게 무언갈 지키는 성벽처럼 곧게 쏟아 위협적으로 서 있다. 사람이 작게 보일 만큼 큰 입구. 그리고 들어가면 사방이 검정 벽으로 둘러싸 낮고 검은 입구만이 있다. 유리를 투명으로 할 수도 있었겠지만 계속해서 그 연속되는 장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검정으로 코팅된 유리문이다. 안쪽에는 마치 유원지에 입장하기 전에 만나는 매표소처럼 표를 파는 곳이 있다. ‘표’는 빵과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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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고 공간을 다시 미로처럼 돌아 들어간다. 계속해서 무언갈 지키려는 심산이 분명한 제스처이다. 마주한 최종의 복도에서도 머리 위로 넘어오는 빛만 보일 뿐 콘크리트 벽면이 다수의 장면을 꼭꼭 숨기고 있다. 이쯤 되니 이제 궁금해 미칠 것 같아 얼른 뛰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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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돌아 마주한 장면, 아름다운 정원이 숨겨져 있다. 좌석은 모두 그 정원을 즐기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정원을 날씨와 상관없이 즐기는 내부 좌석은 모두 정원을 향하고 있고, 정원을 온전히 즐기는 외부 좌석을 나무들 곳곳에 규칙 없이 들여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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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상자가 보여주려던 마지막 장면은 이 봄을 위해 준비한다. 물론 다른 계절에도 이 정원은 각 계절의 모습을 담겠지만, 이미 심긴 나무가 벚나무이니 봄이 제일이지 않겠는가? 주차장 밖에서 잠깐 훔쳐본 그 감상은 복잡한 동선을 통해 고조된 상태로 다가온다. 감동적인 장면과 봄날의 따스함. 수평적인 공간감을 계속 유지하며 정적으로 눌려버리는 공간감까지 봄을 잔잔히 즐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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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검정 상자는 벚꽃을 담기도 그리고 돋보이게 만드는 배경의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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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벚꽃을 담은 검은 상자 제주도 서귀포의 #무로이 이다.
공간은 시간에 따라 얼굴을 바꾼다. 짧게는 하루 사이 햇빛의 방향에 따라 또 날씨에 따라 길게는 계절에 따라 그 모습을 다양하게 바꾼다. 바뀌는 영역도 그러하다. 작게는 작은 건물 하나부터 크게는 전국에 걸쳐 공간은 얼굴을 바꾼다. 그 대대적으로 얼굴을 바꾸고 아름다움을 뽐내는 시즌 중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면 봄과 가을이다. 여름과 겨울보다 비교적 짧기 때문에 그 시간을 즐기기 위해 공간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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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만천하에 보이는 이 벚꽃은 길에서 즐기기도 좋지만, 특정 장소에 가서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가장 아름다운 벚꽃을 보겠다는 사람의 욕심이기도 그리고 함께하는 이와 인상적인 시간을 남기겠다는 노력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택시 안에서 들렸던 라디오에 벚꽃을 구경하러 간 남녀 커플의 썰이 들려왔다. ‘만천하에 벚꽃이 널렸는데, 왜 꼭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 와서 보는 거야?!’ 정말 요즘은 보기 드문 남자의 대사였다. 이런 이야기가 라디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거 보니 벚꽃을 많이 즐기는 때인 것을 청각으로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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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 오늘의 공간은 그 짧은 공간의 모습을 담기 위해 묵묵히 그 장면을 보물처럼 숨기고 있는 곳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사람 키와 비슷한 높이 담벼락 머리 위로 벚꽃이 조금 조금씩 보인다. 그러니 그것을 온전히 보러 갈 순간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입구에서부터는 더 그 꽃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검은색 건물. 퉁명스럽고 혹은 묵직하게 무언갈 지키는 성벽처럼 곧게 쏟아 위협적으로 서 있다. 사람이 작게 보일 만큼 큰 입구. 그리고 들어가면 사방이 검정 벽으로 둘러싸 낮고 검은 입구만이 있다. 유리를 투명으로 할 수도 있었겠지만 계속해서 그 연속되는 장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검정으로 코팅된 유리문이다. 안쪽에는 마치 유원지에 입장하기 전에 만나는 매표소처럼 표를 파는 곳이 있다. ‘표’는 빵과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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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고 공간을 다시 미로처럼 돌아 들어간다. 계속해서 무언갈 지키려는 심산이 분명한 제스처이다. 마주한 최종의 복도에서도 머리 위로 넘어오는 빛만 보일 뿐 콘크리트 벽면이 다수의 장면을 꼭꼭 숨기고 있다. 이쯤 되니 이제 궁금해 미칠 것 같아 얼른 뛰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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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돌아 마주한 장면, 아름다운 정원이 숨겨져 있다. 좌석은 모두 그 정원을 즐기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정원을 날씨와 상관없이 즐기는 내부 좌석은 모두 정원을 향하고 있고, 정원을 온전히 즐기는 외부 좌석을 나무들 곳곳에 규칙 없이 들여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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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상자가 보여주려던 마지막 장면은 이 봄을 위해 준비한다. 물론 다른 계절에도 이 정원은 각 계절의 모습을 담겠지만, 이미 심긴 나무가 벚나무이니 봄이 제일이지 않겠는가? 주차장 밖에서 잠깐 훔쳐본 그 감상은 복잡한 동선을 통해 고조된 상태로 다가온다. 감동적인 장면과 봄날의 따스함. 수평적인 공간감을 계속 유지하며 정적으로 눌려버리는 공간감까지 봄을 잔잔히 즐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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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검정 상자는 벚꽃을 담기도 그리고 돋보이게 만드는 배경의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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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벚꽃을 담은 검은 상자 제주도 서귀포의 #무로이 이다.